포르쉐·람보르기니·페라리…슈퍼카는 알칸타라를 입는다

입력 2024-02-01 17:36   수정 2024-02-02 02:59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벤틀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럭셔리 카 브랜드는 이탈리아 기업 알칸타라가 만든 최고급 합성섬유로 시트 등의 실내를 마감한다. 1972년 밀라노에서 설립된 알칸타라는 회사 이름과 같은 알칸타라라는 차 내장재용 섬유를 만들고 있다. 고기능성 소재인 알칸타라는 천연가죽(스웨이드)처럼 촉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쉽게 오염되지 않고 물과 불에도 강해 ‘차 내장재의 에르메스’로 불린다. 동물 가죽이 아니라 100% 폴리에스테르·폴리우레탄 합성 소재다.

현대자동차가 작년 7월 영국에서 처음 공개한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N’에도 알칸타라로 제작한 시트가 들어간다. 자동차가 아니라 다른 산업군 제품에서 수거된 폴리에스테르를 재활용해 만든 시트다. 최근에는 자동차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트북 키보드와 휴대폰 커버 제작에도 쓰이고 있다. 2004년부터 알칸타라를 이끄는 안드레아 보라뇨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명품 내장재 기업으로 우뚝 선 원천은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는 감성적 가치와 ‘친환경’ ‘지속 가능성’이라는 경영 철학”이라고 했다.


알칸타라는 전량 이탈리아 내 생산을 고집한다. 알칸타라 생산직 근로자 평균 시급은 한국 최저임금보다 높다. 보랴뇨 회장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는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2017년에는 1억300만유로(약 1480억원)를 투입해 이탈리아 네라몬토로 공장을 증축했다.

알칸타라가 명품 반열에 오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2년 회사 설립 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까지 알칸타라는 평범한 인조섬유 제조업체였다. 보라뇨 회장은 “제품의 질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다른 브랜드에서 제공할 수 없는 특별한 가치를 소비자에게 선사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알칸타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종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생산 공정을 현대화했다. 2009년 유럽에선 처음으로 탄소 중립성 인증(TUV)을 받았다. 이후 매년 200쪽이 넘는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내고 있다. 이런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해온 노력이 소재 품질 개선 작업과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됐다는 게 보라뇨 회장의 설명이다.

요즘 상당수 소비자는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제품을 고르는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가령 동물 애호가나 채식주의자들은 럭셔리 카를 구입할 때 내장재로 소 11마리분 가죽을 사용하는 대신 알칸타라를 선택한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알칸타라의 친환경 소재도 더욱 빛을 발하는 추세다. 보라뇨 회장은 “전기차는 친환경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이 찾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려는 자동차 제조업체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칸타라는 매년 이익의 상당 부분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있다. 보라뇨 회장은 “이탈리아 디자이너는 물론 다양한 표면 처리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과도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천연가죽 같은 질감에 이어 단단한 나무, 부드러운 벨벳 같은 촉감의 알칸타라도 이런 협업을 통해 나왔다.

최근엔 사업 영역을 폭넓게 확장하고 있다. 루이비통, 랑방, 아디다스, 스와로브스키 등 패션·보석 업체와 프랑스 명품 가구 리네 로제 등에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마다 원하는 제품 두께와 색상, 디자인이 달라 매년 컬렉션을 주요 고객사에 전달한 후 짧으면 분기, 길면 수년간 요구사항을 반영해 제품을 상용화한다.

네라몬토로=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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